전체 글28 어쩔 수가 없다 리뷰(기생충, 완벽한 일상, 추락) 상영 당시 흔히들 “박찬욱 감독표 기생충”이라고 말하곤 했죠. 저도 얼마 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다시 본 터라, 두 작품을 비교하며 보는 재미를 기대하고 극장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기생충보다는 올드보이가 더 강하게 떠올랐습니다.기생충이 계급 구조를 해부하며 장면마다 메시지를 박아 넣는 쪽이라면, 어쩔 수가 없다는 사회 비판의 칼날을 전면에 세우기보다는 ‘만수’라는 인물의 붕괴와 타락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데 더 집중한 느낌이었거든요. “모래알이든 바윗덩어리든 물에 가라앉긴 마찬가지”라는 대사가 박찬욱 영화의 정서를 요약하듯, 이번 작품도 끝까지 묵직하고 어두운 방향으로 가라앉습니다. 그래서 관람 후에는 영화의 결말이 아니라, 그 결말까지 사람을 밀어 넣는 ‘과정’ 자체가 더 오래 남았.. 2026. 3. 10. 기생충 감상후기 - 상류층과 반지하 가족, 폭우 기생충을 다시 떠올릴 때마다 가장 먼저 남는 건 “이야기가 참 영리하게 미끄러진다”는 감각입니다. 겉으로는 한 가족이 부잣집에 스며드는 블랙코미디처럼 경쾌하게 달리다가, 어느 순간부터 웃음이 목에 걸리고, 마지막에는 숨이 막히는 쪽으로 바닥이 꺼집니다.상류층 박사장 가족과 반지하 기택 가족의 대비는 너무 명확해서 처음엔 단순한 구도가 될 것 같지만, 영화는 그 단순함을 이용해 관객이 스스로 ‘불편함’을 발견하게 만듭니다. 누군가는 능력 있는 가장 덕분에 모든 것이 갖춰진 집에서 살고, 누군가는 변기보다 낮은 방에서 가족이 함께 버티며 하루를 이어가죠. 그런데 이 영화가 더 날카로운 건, 그 차이를 ‘돈이 있냐 없냐’만으로 설명하지 않고, 생활의 감각과 시선, 그리고 인간이 타인을 대하는 방식으로 보여준다.. 2026. 3. 9.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 루머, 삼스파의 등장, 피터 개봉 전부터 MCU 마니아뿐 아니라 기존 트릴로지의 팬들까지 합세하면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영화 자체’보다 ‘기대감’이 먼저 폭발한 작품처럼 느껴졌습니다.예고편이 한 번 공개될 때마다 장면을 프레임 단위로 뜯어보는 사람들, 유출 자료와 루머를 정리해가며 퍼즐을 맞추는 사람들, 그리고 “설마”를 “진짜”로 만들길 바라는 관객들의 마음이 한 덩어리로 굴러갔지요.저는 개봉 당일 바로 관람했는데, 상영관 안 공기가 유독 뜨거웠던 게 기억납니다. 팬데믹 이후 극장가가 잠깐이나마 ‘이전의 열기’를 되찾는 느낌이었고, 그 열기만큼이나 영화는 관객의 욕망을 정확히 겨냥해 들어옵니다. 루머가 현실이 되는 순간의 쾌감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가장 영리한 지점은, 사람들이 이미 기대하고 있던 것을 ‘부정’하지 않.. 2026. 3. 9. 탑건 매버릭 감상 후기 - 하늘, 세대, 단순함 탑건 매버릭은 오랜만에 “이건 집에서 보면 손해다”라는 확신을 준 영화였습니다. 속편이 원작의 그늘에 갇히기 쉬운데도, 이 작품은 전편의 향수를 정확히 건드리면서 동시에 지금 시대 관객이 원하는 속도감과 몰입을 새로 구축해 냈습니다. 저는 원래 전편을 챙겨보지 않은 상태라, 사실 처음에는 OTT에 풀릴 때 1편과 이어서 보려고 기다릴 생각도 있었습니다.그런데 흥행이 길어지고, 극장가 분위기가 계속 뜨거운 걸 보니 “이건 지금 봐야 하는 영화인가 보다” 싶어서 결국 예매를 했고, 보고 나서 그 판단이 맞았다는 걸 바로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보고 나올 때는 단순히 재밌었다를 넘어, 오랜만에 상업 영화가 줄 수 있는 ‘상쾌함’이 몸에 남아 있더군요.하늘을 타는 리얼리티탑건 매버릭의 가장 큰 무기는 결국 비행 .. 2026. 3. 9.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 - 로켓의 과거, 유머와 상처의 균형 노웨어에 마련한 본부에서 머무르고 있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퀼은 가모라를 잃은 슬픔을 술로 버티며 하루를 보냅니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소버린의 아담 워록이 로켓을 노리고 본부를 초토화시키고, 가까스로 그를 물리치지만 로켓은 치명상을 입습니다. 문제는 상처의 깊이만이 아니라, 로켓 안에 심어진 킬 스위치 때문에 치료 자체가 막혀 있다는 점입니다. 가디언즈는 로켓을 살리기 위해 하이 에볼루셔너리의 흔적을 좇아 오르고스코프의 본부로 향하고, 그 여정은 로켓이 감춰둔 과거와 정면으로 부딪히는 길이 됩니다.로켓의 과거가 꺼내는 무게이 작품이 특별하게 남는 가장 큰 이유는, 이야기가 ‘팀의 마지막 미션’이라는 외형을 두르고 있으면서도 사실상 로켓의 과거를 정면으로 꺼내 든다는 점입니다. 저는 가디언즈 시리즈를 .. 2026. 3. 7. 파묘 후기 - 굿 장면, 한국적 찜찜함 후반 변주 극장에서 처음 봤을 때는 “이건 나중에 한 번 더 봐야겠다”는 쪽에 마음이 기울었습니다. 저는 이상하게도 굿 장면이 들어가는 작품에 유독 시선이 오래 머무는데, 파묘에서 김고은 배우가 보여준 굿은 시작부터 기세가 남달랐습니다.젊은 무당이 힘 있게 춤사위를 흔들어대는 그 순간, 화면의 리듬이 관객의 호흡을 그대로 잡아끄는 느낌이었고, 저도 모르게 그 장면에 마음을 빼앗긴 상태로 영화의 초반부를 따라가게 되더군요.그래서인지 첫 관람 때는 디테일한 흠결보다 “분위기”에 먼저 끌려갔고, 끝나고 나서야 장단점이 조금 더 또렷하게 정리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굿 장면의 소리와 박자가 극장에서 훨씬 크게 체감돼서, 집에서 다시 보면 감상이 달라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굿 장면이 잡아 챈 몰입제가 굿 장면을 좋.. 2026. 3. 6.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