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봤을 때는 "우주 재난영화겠지" 하고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제가 울고 있었습니다. 2013년 개봉작 그래비티(Gravity)가 재개봉한다는 소식에 다시 극장을 찾았고, 두 번째인데도 감동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더 깊게 파고들었습니다. 이 영화가 단순한 우주 스펙터클이 아니라 상실과 귀환에 관한 이야기임을 이번에 더 선명하게 느꼈습니다.우주라는 은유 — 고립과 단절의 공간그래비티를 SF 영화로 분류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두고 의견이 갈리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SF란 미래에 대한 과학적 상상을 그려내는 장르라고 보는 시각에서는, 이 영화가 SF가 아니라고 봅니다.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게 벌써 반세기도 더 전 일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우주..
저는 이 영화를 20년 넘게 그냥 지나쳤습니다. 제목도 낯설고 포스터도 별 감흥이 없어서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왜 이걸 이제야 봤을까 싶었습니다. 2000년에 개봉한 영화 는 낡은 무전기 하나로 30년의 시간을 뛰어넘는 부자(父子)의 이야기입니다. 타임슬립 장르를 좋아한다면, 지금 당장 봐도 전혀 낡지 않았습니다.낡은 무전기 하나가 연결한 30년의 시간영화의 설정은 간단합니다. 1969년에 사망한 아버지 프랭크와 1999년의 아들 존이 오래된 무전기를 통해 교신하게 됩니다. 여기서 핵심 장치는 '북극광(Aurora Borealis)'입니다. 북극광이란 고에너지 입자가 지구 대기권에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발광 현상으로, 영화 안에서는 이 자연현상이 두 시대를 연결하는 일종의 전파 매개체로 사용됩니다.제..
19금 영화가 오히려 가장 순수할 수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1980년 개봉한 은 노출 수위 때문에 성인 등급을 받았지만, 저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야하다는 생각보다 아름답다는 생각이 훨씬 먼저 들었습니다. 오히려 그 생각이 더 신기했습니다. 랜달 클라이저 감독, 브룩 쉴즈 주연의 이 작품이 46년이 지난 지금도 회자되는 이유를 제 나름의 시선으로 분석해 봤습니다.영상미 — 1980년대가 맞나 싶었습니다솔직히 처음 이 영화를 틀었을 때 제가 가장 먼저 한 말이 "이게 80년대 영화라고?"였습니다. 현대 4K 영화들과 나란히 놓아도 전혀 밀리지 않을 것 같은 수중 촬영과 자연광 활용이 인상적이었습니다.영화의 촬영은 주로 피지(Fiji) 제도의 실제 섬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영화 제작팀은 당시 기술로는 도전..
사형집행 절차가 배경인데 왜 이 영화는 눈물부터 나올까1935년 루이지애나 주립 교도소. 콜드 마운틴 교도소의 사형수 구역, 일명 '그린 마일(Green Mile)'은 사형수들이 전기의자로 향하는 초록 리놀륨 바닥의 복도를 가리킵니다. 여기서 그린 마일이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경계선을 상징하는 장치입니다. 교도관 폴 에지컴(톰 행크스)이 수십 년간 그 복도를 지킨 인물이고, 영화는 그의 회고 형식으로 진행됩니다.어느 날 그 구역에 존 커피(마이클 클락 던칸)라는 사형수가 들어옵니다. 키 2미터가 넘는 거구인데, 얼굴은 겁에 질린 어린아이 같습니다. 두 백인 소녀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인물이지만, 그의 눈빛은 잔혹함과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 저도 처음 이 장면을 봤을 때 "이 ..
인구 109명짜리 시골 마을, 그리고 그 안에서 7년째 집 밖을 나가지 못하는 엄마와 발달장애를 가진 동생을 혼자 부양하는 스물네 살 청년. 1993년작 를 처음 틀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이렇게 조용한 영화가 이렇게 오래 마음에 남을 줄은 몰랐거든요.십대 디카프리오 연기, 진짜인 줄 알았다영화를 다 보고 나서 자폐아 역할을 한 배우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였다는 걸 뒤늦게 확인했을 때, 잠깐 멈췄습니다. 제가 직접 봤는데도 믿기지 않았거든요. 어니 역할을 맡은 그의 눈빛, 걸음걸이, 그리고 감정이 터지는 방식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관객 입장에서 한 번도 "연기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이 영화에서 디카프리오가 표현한 건 단순한 흉내가 아니었습니다. 지적장애(Intellec..
2013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촬영상·시각효과상·음악상 4관왕을 차지한 영화가 있습니다. 처음 봤을 때는 영상미에 압도됐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그게 라이프 오브 파이와 저의 첫 만남이었습니다.이안 감독이 이 영화를 찍기까지, 그리고 원작이 담은 것라이프 오브 파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연출을 맡은 이안(Ang Lee) 감독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대만 출신으로 아카데미 최초 아시아인 감독상 수상자이며, 브로크백 마운틴(2005)으로 첫 감독상을 받은 데 이어 라이프 오브 파이(2012)로 두 번째 감독상을 거머쥐었습니다. 그 사이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두 차례나 받은 감독이기도 합니다. 제가 이 이력을 처음 훑어봤을 때 솔직히 놀랐습니다.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