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플라스틱 생산량은 연간 200만 톤이었습니다. 2020년에는 그 150배인 3억 톤이 만들어졌습니다. 처음 월-E를 봤을 때는 그냥 눈물 찔끔 나는 귀여운 로봇 영화였는데, 이 숫자를 알고 나서 다시 보니 기분이 묘하게 달라졌습니다.2050년의 쓰레기 산, 이미 예고된 현실월-E에서 쓰레기가 건물 높이까지 쌓인 지구 풍경을 처음 봤을 때, 저는 솔직히 "설정이 좀 과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2008년에 개봉한 영화니까 당시 기준으로는 꽤 비현실적인 상상력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지금 수치를 놓고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2050년까지 전 세계에서 누적 생산될 플라스틱은 약 340억 톤으로 예측됩니다. 그중 3분의 1인 약 120억 톤이 쓰레기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합니다. 영화 속 2..
이 영화를 가볍게 보다가 중반부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톰 크루즈, 페넬로페 크루즈, 카메론 디아즈가 한 화면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볼 이유가 충분한데, 정작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그보다 훨씬 묵직했습니다. 꿈과 현실의 경계, 그리고 그 사이에서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는가. 영화 한 편이 이렇게 오래 머릿속에 남을 줄은 몰랐습니다.꿈과 현실, 어디서부터 무너지는가영화는 처음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주인공 데이빗이 살인죄로 수감된 채 정신과 의사와 면담을 나누는 장면으로 시작하거든요. 얼굴에는 가면을 쓰고 있고, 의사는 그의 과거를 끌어내려 합니다. 저는 이 오프닝 나레이션을 듣는 순간부터 뭔가 예사롭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지금도 그 OST가 가끔 생각날 정도니까요.데이빗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
친구가 갑자기 "나 사실 1만 4천 년 살았어"라고 하면 어떻게 반응하시겠습니까? 저는 처음에 그냥 웃었습니다. 그런데 2007년 개봉한 영화 맨 프롬 어스(Man from Earth)는 바로 그 황당한 전제를 가지고, 방 한 칸에서 두 시간 가까이 사람을 붙잡아 두는 기묘한 힘을 가진 작품입니다. 제작비 20만 달러 남짓의 이 영화가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직접 본 뒤 오래 생각했습니다.저예산이지만 몰입도가 남다른 이유이 영화의 제작 방식은 굉장히 단순합니다. 집 한 채, 배우 몇 명, 그리고 대사. 그게 전부입니다. 전체 제작비 약 20만 달러 중 각본료로 14만 달러가 쓰였다고 알려져 있고, 나머지가 배우 출연료와 촬영비였다고 합니다. 회상 장면 하나 없고, 특수효과는 물론 세트 변화도 없습니다.저..
영화를 다시 꺼내보는 데는 보통 이유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스무 살 무렵 처음 봤던 영화를 서른이 넘어 다시 틀었을 때, 같은 장면에서 전혀 다른 감정이 올라왔습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거꾸로 살아도, 똑바로 살아도, 삶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결국 같다는 걸 이 영화는 조용히 말해줍니다.원작 각색: 파편적인 단편을 스크린으로이 영화의 원작은 F. 스콧 피츠제럴드가 1922년에 발표한 단편소설입니다. 위대한 개츠비로 더 잘 알려진 피츠제럴드가 쓴 작품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분들도 많습니다. 원작은 "청춘이 인생의 끝에 놓여 있다면"이라는 아나톨 프랑스의 발언에서 착안해 쓴 기묘하고 짧은 이야기입니다.문제는 원작 자체가 지나치게 파편적이라는 점입니다. 사건들이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어 그대..
걸작이 될 수 있었던 영화가 스스로 발목을 잡는 경우를 본 적 있으신가요? 2007년 대니 보일 감독의 선샤인을 처음 봤을 때 딱 그 기분이었습니다. 중반부까지 제 인생 영화가 될 뻔했는데, 보고 나서 한동안 이 영화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씁니다.태양을 가장 아름답게 담은 영상미SF 영화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선샤인이 처음으로 알려줬습니다. 죽어가는 태양을 다시 살려내기 위해 이카루스 2호가 나아가는 장면들은, 단순한 우주 배경이 아니라 하나의 회화처럼 느껴졌습니다.영화는 시각적 연출 면에서 렌즈 플레어(lens flare)를 매우 공격적으로 활용합니다. 렌즈 플레어란 강한 광원이 카메라 렌즈에 직접 닿을 때 생기는 빛 번짐 현상인데, 일반적으로는 제거 대상으로 ..
인터스텔라를 다시 보고 나서 이상하게 중학교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그때 처음 봤던 SF영화 한 편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거든요. 1997년작 콘택트. 일반적으로 인터스텔라가 우주 SF의 정점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 영화가 주는 철학적 무게는 그보다 훨씬 깊습니다. 칼 세이건이 우주에 던진 질문콘택트는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합니다. 칼 세이건은 SETI(외계지적생명체탐색, 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연구의 상징적 인물로, 여기서 SETI란 전파 망원경 등을 통해 우주에서 오는 인위적인 신호를 탐색하는 과학 프로그램을 말합니다. 영화는 바로 그 실제 연구를 배경으로 삼았기 때문에 다른 SF들과 출발점이 다릅니다.주인공 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