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게만 살면 결국 이긴다고 배웠는데, 정말 그럴까요? 짐 캐리 주연의 2000년작 을 다시 꺼내 보다가 이 물음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습니다. 20년 넘게 참고 또 참던 순경 찰리가 어느 날 전혀 다른 인격 행크를 탄생시키는 이 영화, 제가 직접 봤을 때 느낀 건 단순한 코미디 그 이상이었습니다.짐 캐리의 이중인격 연기, 그냥 웃자고 만든 영화가 아니었다처음 볼 때는 그냥 짐 캐리 얼굴 보러 틀었습니다. 덤앤더머, 에이스 벤츄라 다 챙겨봤을 정도로 짐 캐리 오버액션을 좋아하는 편이라 기대치가 이미 높았거든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웃음 뒤에 꽤 무거운 게 남더라고요.영화 속 주인공 찰리는 로드아일랜드 경찰로, 원래 자수성가해서 경찰서의 절반이 결혼식에 참석할 만큼 인망이 두터운 인물입니다. 그런데 아..
어떤 영화는 두 번째로 볼 때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됩니다. 20대에 처음 봤을 때 화양연화는 그냥 미적지근한 사랑 이야기였습니다. 대사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왜 이 둘이 그냥 같이 도망가지 않는지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특별판 개봉 소식을 듣고 극장에 다시 앉았을 때, 저는 처음 보는 영화를 보고 있었습니다. 죄책감과 수치심, 연민과 사랑이 어떻게 한 얼굴을 가질 수 있는지, 이번에는 모든 대사가 이해됐습니다.미장센이 말을 대신한다 — 공간과 색채의 언어왕가위 감독의 연출 방식 중 가장 먼저 체감되는 것은 미장센(mise-en-scène)입니다. 미장센이란 화면 안에 배치되는 모든 시각 요소, 즉 공간, 조명, 색채, 배우의 동선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대사 없이도 인물의 내면을 전달..
어릴 때 봤던 애니메이션을 다 큰 어른이 다시 틀었을 때, 오히려 더 깊이 빠져드는 경험을 해본 적 있으십니까. 저는 최근에 을 다시 꺼내 봤는데, 75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였습니다. 어릴 때는 그냥 귀엽고 신기한 판타지였는데, 지금은 뭔가 마음 한켠을 건드리는 게 다릅니다. 이 글은 그 여운을 정리하면서, 이 작품을 처음 접하는 분이나 다시 볼까 고민하는 분들께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씁니다.성장애니로 다시 보니 보이는 것들고양이가 말을 하고 왕국이 등장하는 판타지 설정인데, 왜 이렇게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걸까요. 제가 처음 이 작품을 봤을 때는 20대였었습니다. 그때는 그냥 고양이가 귀엽고 바론이 멋있었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다시 보니, 주인공 하루가 처한 상황이 머릿속에서 쉽게..
애니메이션은 어린이를 위한 장르라는 말, 정말 맞는 걸까요. 저는 이 작품을 처음 봤을 때 20대였고, 다시 봤을 땐 사회생활을 한창 하던 30대였습니다. 두 번의 감상에서 제가 울컥했던 장면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어릴 땐 화려한 온천장 배경과 기묘한 신들의 모습에 눈을 빼앗겼다면, 지금은 이름을 빼앗기는 장면에서 멈칫하게 됩니다. 같은 영화인데 이렇게 다르게 읽히는 작품이라니, 신기할 뿐이였습니다.터널 너머의 세계 — 배경이 만들어내는 낯선 질감일반적으로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밝고 명랑한 이세계(異世界)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런데 제가 경험한 이 영화의 배경은 그 기대를 정확히 비틀어 놓습니다. 터널을 지나자마자 펼쳐지는 세계는 아름답기보다는 불안하고, 자유롭기보다는 억압적입니다.이세계(異世界..
1998년 개봉 당시 아마겟돈에 흥행 참패를 당했지만, 지금도 재난영화 베스트로 꾸준히 이름이 오르는 작품이 있습니다. 딥 임팩트입니다. 저도 처음엔 "26년 전 영화를 굳이?"라는 마음으로 틀었는데, 마지막 영상통화 장면에서 폭풍 눈물을 흘리고 나서야 이 영화가 왜 명작 소리를 듣는지 뼛속으로 이해했습니다.딥 임팩트가 아마겟돈과 다른 결정적 이유딥 임팩트와 아마겟돈은 같은 해, 같은 소재로 나란히 개봉했습니다. 당시 흥행은 아마겟돈의 압승이었죠. 폭발과 액션, 브루스 윌리스의 카리스마가 스크린을 가득 채웠으니 그 선택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저도 어릴 때는 아마겟돈을 먼저 봤고 더 재밌다고 생각했으니까요.그런데 지금 다시 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딥 임팩트는 혜성 충돌이라는 재난 자체보다, 그 앞에서..
명절에 TV를 켜면 꼭 한 번씩 마주쳤던 영화가 있습니다. 채널을 돌리다가 딱 걸렸는데, 결국 끝까지 보고 나서야 리모컨을 내려놓게 되는 그런 영화. 저도 처음엔 그렇게 아마겟돈(1998)을 봤습니다. 브루스 윌리스가 못생기고 머리도 벗겨졌는데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은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됐는데, 이 영화 한 편으로 팬이 됐습니다. 지금도 틀면 앉은 자리에서 시간이 순삭되는, 그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이 글에서 직접 뜯어봤습니다.마이클 베이와 세기말 공포 — 이 영화가 터진 이유일반적으로 아마겟돈을 그냥 "폭발 많은 블록버스터"로 알고 있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 영화를 다시 봤을 때 당시 시대 분위기를 빼고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걸 느꼈습니다.1990년대 말, 프랑스의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N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