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에 대한 부정적인 말을 먼저 들어서인지, 처음엔 제대로 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런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저는 멍하니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1994년 작인데, 지금 봐도 전혀 낡지 않았습니다. 킬러와 소녀의 이야기가 이렇게까지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직접 보기 전까지는 몰랐습니다.영화 배경 — 뒤죽박죽인 세상, 그 복도 끝에서 시작된 이야기제가 처음 이 영화를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공간이었습니다. 낡은 아파트 복도 하나가 두 사람의 운명을 완전히 바꿔버립니다. 뉴욕의 허름한 건물 복도에서 담배를 숨기는 열두 살짜리 소녀와, 그걸 못 본 척 지나치지 못하는 중년 킬러. 이 장면 하나로 영화 전체의 분위기가 결정됩니다.마틸다의 가족은 마약 운반책이었고, 그 마..
배경음악이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 영화를 본 적 있으십니까? 처음엔 그냥 편집 실수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코엔 형제의 는 2007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포함해 4관왕을 차지한 작품으로, 코맥 매카시의 동명 소설이 원작입니다. 처음 봤을 때는 솔직히 허무했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보고 나서야 비로소 이 영화가 왜 걸작인지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안톤 시거, 이 킬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하비에르 바르뎀이 연기한 안톤 시거를 처음 봤을 때, 제가 느낀 건 공포보다 당혹감이었습니다. 무섭긴 한데, 왜 무서운지 설명이 안 되는 느낌이랄까요. 영화 번역가 황석희 님이 "최양락 머리도 충분히 무서울 수 있음을"이라고 평론했을 때 혼자 미친 듯이 웃었는데, 그 웃음 뒤에 소..
어린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판타지 영화가 어떻게 성인 관객에게 더 깊이 파고들 수 있을까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를 처음 봤을 때, 저는 솔직히 해리포터 같은 류의 영화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화면이 전개될수록 숨이 막혔습니다. 잔인하고, 무겁고, 그러면서도 이상하게 아름다웠습니다. 이 영화가 단순한 다크 판타지가 아니라는 확신이 든 건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한참 후였습니다.잔혹동화가 굳이 이토록 잔인한 이유이 영화를 보고 "왜 이렇게 잔인해야 했을까"라고 의문을 품은 분들이 많을 겁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제가 배경을 알고 나서 다시 보니, 그 잔인함이 단순한 공포 연출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영화의 배경은 1944년 스페인 내전 직후입니다. 스페인 내전은 우파 파시즘 세..
영화가 끝나고 한참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만년필 장면에서 저도 모르게 눈가가 뜨거워졌고, 혼자 박수를 쳤습니다. 천재 수학자 존 내쉬의 실화를 담은 2001년작 는 조현병과 싸운 40년의 이야기이자, 그 곁을 끝까지 지킨 한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개봉 당시 처음 봤을 때와 어른이 되어 다시 봤을 때의 감동이 전혀 다른, 보기 드문 영화입니다.내쉬균형, 27페이지가 바꾼 경제학의 역사1947년 프린스턴 대학에 입학한 존 내쉬는 시험도 보지 않고 장학생으로 들어온 수학 천재였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제가 가장 먼저 놀란 건 그의 수학 실력이 아니었습니다. 사람을 대하는 게 너무나 서툰, 어딘가 낯선 인물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천재라는 단어가 꼭 빛나는 삶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걸, 첫 장면부..
1992년 개봉한 《라스트 모히칸》은 아카데미 음향효과상을 수상했고,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촬영 전 6개월간 실제로 숲속에서 생활하며 사슴을 직접 사냥했습니다. 저는 중학생 때 비디오로 한 번 봤다가 넷플릭스 만료 소식에 급히 다시 틀었는데, 30년 전 영화가 이렇게 심장을 건드릴 수 있다는 게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역사적 배경 — 유럽의 땅따먹기가 북미 원주민을 어떻게 짓밟았나영화의 배경은 1757년, 프렌치 인디언 전쟁(French and Indian War)이 3년째 접어들던 시점입니다. 여기서 프렌치 인디언 전쟁이란, 유럽의 7년 전쟁이 북미 대륙으로 확장된 충돌로, 영국과 프랑스가 미대륙 식민지 지배권을 두고 벌인 대리전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유럽 강대국들이 자기네 패권 다툼을 수천 킬로미..
감정을 없애면 전쟁도 사라질까요.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그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2002년 작 은 포스터 때문에 단순한 액션 영화로 오해받기 쉽지만, 직접 겪어보니 이건 전체주의와 인간 본성에 대한 꽤 무거운 이야기였습니다. 크리스찬 베일이 바닥에 이마를 대고 소리 없이 우는 장면은 지금도 잊히질 않습니다.전체주의 비판 — 권력층은 감정을 누리고, 쫄따구만 억압한다영화 속 세계는 프로지움(Prozium)이라는 약물로 시민들의 감정을 억제하는 사회입니다. 여기서 프로지움이란 단순한 진정제가 아니라, 인간의 희로애락 전체를 차단하도록 설계된 감정 억제제입니다. 매일 스스로 주사기를 찌르며 "나는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다"고 반복하는 사람들. 그 장면을 보면서 제가 느낀 건 공포보다 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