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을 미화한 영화라는 말, 맞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처음으로 "연애가 아니라 사랑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2004년 개봉한 영화 은 치매에 걸린 앨리에게 남편 노아가 직접 일기를 읽어주는 현재와, 두 사람의 불같은 과거를 교차해 보여주는 구조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니콜라스 스파크스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 한 번 더 놀랐습니다.첫사랑 심리 — 왜 우리는 잊지 못하는가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이유를 묻는다면, 심리학에서는 초두 효과(Primacy Effect)를 꺼내 듭니다. 여기서 초두 효과란 처음 경험한 자극이 이후 경험보다 더 강하게 기억에 각인되는 인지 편향을 말합니다. 첫사랑이 유독 선명하게 남는 것은 감정의 질이 특별해서가 아..
주말에 뭘 볼까 고민하다가 넷플릭스 추천 목록을 스크롤하던 중 익숙한 제목 하나가 눈에 걸렸습니다. 1981년작 레이더스 오브 더 로스트 아크(Raiders of the Lost Ark), 흔히 인디아나 존스 1편으로 알려진 바로 그 영화였습니다. "이게 아직도 볼 만한가?" 반신반의하며 틀었는데 115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였습니다. 40년이 넘은 영화인데, 지금 봐도 이렇게 심장이 뛰는 게 맞나 싶었습니다.모험 어드벤처 장르의 교과서, 레이더스가 만들어진 방식레이더스 오브 더 로스트 아크는 1981년 미국에서 제작되어 국내에는 1982년 2월 27일 개봉했습니다. 러닝타임 115분, 감독은 스티븐 스필버그, 제작은 조지 루카스가 맡았습니다. 각본에는 로렌스 캐스던과 필립 카우프만이 참여했는데..
1994년 개봉한 《덤앤더머》는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2억 4,7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그해 코미디 장르 1위를 기록했습니다. 처음 이 숫자를 봤을 때 솔직히 좀 의아했습니다. 그냥 바보 둘이 가방 들고 미국 횡단하는 영화 아닌가 싶었는데, 막상 보고 나서는 이게 왜 30년 넘게 회자되는지 납득이 됐습니다.줄거리와 구조: 바보 로드무비가 스릴러를 품은 방식영화는 로이드 크리스마스(짐 캐리)와 해리 더네(제프 다니엘스)라는 두 루저가 콜로라도주 아스펜까지 가방 하나를 전달하려고 떠나는 여정을 담습니다. 단순해 보이는 이 설정이 사실은 꽤 정교하게 짜여 있습니다.핵심은 맥거핀(MacGuffin)입니다. 맥거핀이란 서사를 이끄는 소품이나 목표물이지만, 그 자체보다 그것을 쫓는 인물들의 행동이 진짜 이야기가 되..
팽이가 멈추면 현실, 안 멈추면 꿈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 믿음 자체가 이미 인셉션(Inception)당한 결과였습니다. 개봉 16년이 지난 지금 다시 봐도 숨이 막힐 정도였는데, 막상 엔딩을 뜯어보니 제가 놓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팩트검증: 그 엔딩, 현실 맞습니다 — 하지만 팽이는 안 멈춥니다일반적으로 "팽이가 멈추면 현실"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직접 영화를 다시 되짚어보니 그건 절반짜리 해석이었습니다. 팽이는 코브(Cobb)의 토템(Totem)입니다. 여기서 토템이란 꿈과 현실을 구분하기 위해 각 팀원이 개인적으로 소지하는 물건으로, 오직 본인만 그 무게와 질감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이 핵심입니다. 문제는 원래 그 팽이가 코브 것이 아니라 아내 멜(Mal)의 ..
착하게만 살면 결국 이긴다고 배웠는데, 정말 그럴까요? 짐 캐리 주연의 2000년작 을 다시 꺼내 보다가 이 물음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습니다. 20년 넘게 참고 또 참던 순경 찰리가 어느 날 전혀 다른 인격 행크를 탄생시키는 이 영화, 제가 직접 봤을 때 느낀 건 단순한 코미디 그 이상이었습니다.짐 캐리의 이중인격 연기, 그냥 웃자고 만든 영화가 아니었다처음 볼 때는 그냥 짐 캐리 얼굴 보러 틀었습니다. 덤앤더머, 에이스 벤츄라 다 챙겨봤을 정도로 짐 캐리 오버액션을 좋아하는 편이라 기대치가 이미 높았거든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웃음 뒤에 꽤 무거운 게 남더라고요.영화 속 주인공 찰리는 로드아일랜드 경찰로, 원래 자수성가해서 경찰서의 절반이 결혼식에 참석할 만큼 인망이 두터운 인물입니다. 그런데 아..
어떤 영화는 두 번째로 볼 때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됩니다. 20대에 처음 봤을 때 화양연화는 그냥 미적지근한 사랑 이야기였습니다. 대사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왜 이 둘이 그냥 같이 도망가지 않는지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특별판 개봉 소식을 듣고 극장에 다시 앉았을 때, 저는 처음 보는 영화를 보고 있었습니다. 죄책감과 수치심, 연민과 사랑이 어떻게 한 얼굴을 가질 수 있는지, 이번에는 모든 대사가 이해됐습니다.미장센이 말을 대신한다 — 공간과 색채의 언어왕가위 감독의 연출 방식 중 가장 먼저 체감되는 것은 미장센(mise-en-scène)입니다. 미장센이란 화면 안에 배치되는 모든 시각 요소, 즉 공간, 조명, 색채, 배우의 동선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대사 없이도 인물의 내면을 전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