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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축구 리뷰 (주성치, B급미학, 코믹액션) 비 오는 주말 오후, 딱히 볼 게 없어서 채널을 돌리다가 소림축구를 또 틀었습니다. "또"라는 단어가 이 영화를 설명하는 데 가장 정직한 표현인 것 같습니다. 처음 본 게 2002년 월드컵 열기가 한창이던 때였는데, 20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저는 이 영화 앞에서 멈춥니다. 주성치가 감독·주연을 맡아 2001년 제작한 이 영화가 왜 아직도 이렇게 중독성이 강한지, 한번 제대로 뜯어봤습니다.주성치의 B급 미학, 사실 S급이었다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솔직히 "이게 뭐야" 싶었습니다. 사람이 공을 차면 하늘로 날아가고, 골키퍼가 슈팅을 맨손으로 막다가 팔이 날아갈 것처럼 뒤틀리는 장면들. 어릴 때는 그냥 만화처럼 봤는데, 지금 다시 보니 이건 계산된 연출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영화 비평 용어로 캠프(Ca.. 2026. 6. 17.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 (시나리오, 앙상블, 가이 리치) 이 영화를 처음 틀었을 때 30분 만에 끄려다 참았습니다. 등장인물이 쏟아지는데 누가 누군지도 모르겠고, 뭔가 B급 냄새가 진하게 났거든요. 그런데 그 30분을 버텼더니, 나머지 90분이 보상처럼 펼쳐졌습니다. 가이 리치가 데뷔작에서 이미 완성된 스타일을 들고 나온 영화, 1998년작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입니다.시나리오 구조 — 퍼즐처럼 맞춰지는 앙상블의 힘이 영화의 핵심은 앙상블 캐스팅(ensemble casting)에 있습니다. 여기서 앙상블 캐스팅이란 주인공 한 명이 아니라 여러 인물군이 각자의 독립된 이야기를 끌고 가다가 후반부에 하나로 수렴하는 구조를 뜻합니다. 에디·톰·베이컨·소프 네 명을 중심으로, 갱단 두목 해리, 마리화나 농장주 롤리 브레이커, 멍청한 콤비 딘과 게리, 장물아비 .. 2026. 6. 16.
유주얼 서스펙트 (반전, 화자, 재관람) 반전을 알고 보는 것이 이 영화에서 가장 큰 불행입니다. 사실 저도 처음에 기대가 너무 컸습니다. 주변에서 하도 반전 반전 하니까 오히려 의심하면서 보다가, 중반을 넘기기도 전에 범인을 찍어버렸습니다. 그 순간부터 영화가 '추리'가 아닌 '확인'으로 바뀌어 버렸고, 재미가 절반쯤 날아갔습니다.반전을 알고 본 사람의 후회저는 이 영화를 처음 볼 때 이미 반전 영화라는 정보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게 문제였습니다. '언제 뒤집히나' 하는 마음으로 보다 보니 자꾸 의심이 앞섰고, 결국 케빈 스페이시가 범인이라는 걸 중반부에 스스로 납득해버렸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영화일수록 정보 없이 보는 게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이 영화는 1995년 선댄스 영화제(Sundance Film Festival)에서 처음 주목받았습.. 2026. 6. 15.
이터널 선샤인 (비선형 서사, 기억 삭제, 오케이) 기억을 지우면 사랑도 사라질까요. 이 질문에 선뜻 그렇다고 답하기가 어렵습니다. 이터널 선샤인을 처음 봤을 때 저도 막연히 그럴 것이라 생각했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 한동안 멍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지워도 다시 끌리는 두 사람을 보면서, 사랑이 기억에 있는 게 아니라 몸과 습관 어딘가에 새겨지는 것이 아닐까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했습니다.비선형 서사가 처음엔 낯설었습니다이터널 선샤인의 이야기 구조는 선형 서사와 정반대입니다. 선형 서사란 시간 순서대로 사건이 전개되는 방식인데, 이 영화는 그 반대로 현재와 기억 삭제의 역순이 동시에 뒤섞여 흐릅니다. 처음 보는 분들 중에는 무슨 이야기인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시는데, 저도 첫 관람에서 타임라인을 완전히 놓쳤습니다.영화는 사실상 2월 13일부터 2월.. 2026. 6. 14.
귀여운 반항아 (샤를로트 갱스부르, 성장영화, 클로드 밀러) 솔직히 저는 37년 동안 이 영화 제목을 몰랐습니다. 중학교 3학년 어느 여름밤, TV에서 우연히 봤던 그 장면들이 머릿속에 박혀 있었는데도요. 청바지에 스트라이프 줄무늬 흰 긴팔을 입고 빠르게 걷던 소녀, 그리고 그 엔딩의 여운. 결국 AI에게 기억나는 장면들을 설명해서 제목을 찾아냈고, 드디어 다시 볼 수 있었습니다. 40년 가까이 묵혀뒀던 숙제가 풀린 느낌이었습니다.샤를로트 갱스부르의 데뷔작, 그 시절의 얼굴제가 이 영화를 다시 찾아보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샤를로트 갱스부르라는 배우였습니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작품들, 그러니까 안티크라이스트나 멜랑콜리아, 님포매니악에서 보여준 그녀의 이미지가 너무 강렬하게 남아있었거든요. 극한의 감정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배우라는 인상이었는데, 그 배우가 한때 .. 2026. 6. 13.
월-E로 보는 플라스틱 위기 (쓰레기 문제, 미세플라스틱, 환경 실천) 1950년 플라스틱 생산량은 연간 200만 톤이었습니다. 2020년에는 그 150배인 3억 톤이 만들어졌습니다. 처음 월-E를 봤을 때는 그냥 눈물 찔끔 나는 귀여운 로봇 영화였는데, 이 숫자를 알고 나서 다시 보니 기분이 묘하게 달라졌습니다.2050년의 쓰레기 산, 이미 예고된 현실월-E에서 쓰레기가 건물 높이까지 쌓인 지구 풍경을 처음 봤을 때, 저는 솔직히 "설정이 좀 과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2008년에 개봉한 영화니까 당시 기준으로는 꽤 비현실적인 상상력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지금 수치를 놓고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2050년까지 전 세계에서 누적 생산될 플라스틱은 약 340억 톤으로 예측됩니다. 그중 3분의 1인 약 120억 톤이 쓰레기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합니다. 영화 속 2.. 2026.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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