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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원소 (세계관, 뤽베송, 밀라요보비치)

1997년 영화가 2026년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다면 믿으시겠습니까. 뤽베송 감독의 제5원소가 바로 그렇습니다. 처음 영화관에서 봤을 때 "뭐 이런 영화가 다 있나" 싶었는데, 두 번 보니 재미있고 세 번 보니 진짜 멋있더라고요.초등학교 때 상상한 세계관이 스크린이 되다뤽베송이 이 영화의 기초 스토리를 초등학생 시절에 구상했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그 상상력이 스크린 위에 그대로 펼쳐졌다는 게 저는 지금도 놀랍습니다. 단순히 외계인이 나오는 SF가 아니라, 물과 불과 바람과 흙이라는 고대 4원소론에 다섯 번째 원소가 더해지는 신화적 세계관을 품고 있습니다. 여기서 4원소론이란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세상의 모든 물질이 불, 물, 공기, 흙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상을 말하는데, 영화는 이 고전 철학을 S..

영화 리뷰 2026. 7. 8. 10:27
맨 인 블랙 1편 (SF장르, 빌런연기, 시대초월)

주말 오후에 딱히 볼 게 없어서 넷플릭스를 뒤적이다 결국 97년짜리 구작을 다시 틀게 된 경험, 한 번쯤 있으시지 않습니까. 저도 그랬습니다. 맨 인 블랙을 다시 본 건 아마 네 번째쯤이었는데, 이번에도 두 시간이 언제 갔는지 몰랐습니다. 1997년 영화가 2025년에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다는 게, 생각할수록 예사롭지 않습니다.SF 장르의 기준을 바꾼 영화가 나온 해이 영화가 개봉한 1997년은 SF 장르 자체가 지금처럼 세분화되거나 세련되지 않았던 시절입니다. SF(Science Fiction), 즉 과학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픽션 장르는 당시만 해도 진지한 우주 탐사물 아니면 B급 괴물 영화 둘 중 하나로 소비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맨 인 블랙은 그 경계를 부숴버렸습니다. 외계인이 지구에 몰래 ..

영화 리뷰 2026. 7. 7. 10:25
가타카 리뷰 (우생학, 유전자 차별, 의지)

이 영화에 대해서 저는 거대한 SF 스펙터클을 기대했습니다. 우주선이 폭발하고 외계인이 등장하는 그런 류의 영화 말입니다. 그런데 스크린에 펼쳐진 건 조용하고 절제된 한 남자의 이야기였습니다. 1997년 작 가타카, 지금 다시 봐도 촌스러움이 없는 이 영화가 왜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야 더 깊이 와닿는 건지, 그 이유가 궁금해지지 않으십니까.우생학이라는 불편한 역사, 그리고 가타카의 세계가타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우생학(Eugenics)의 역사를 잠깐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여기서 우생학이란 인간의 유전적 형질을 개량하여 우수한 자손을 늘리고 열등한 자손을 줄이려는 사상으로, 19세기 후반 프랜시스 골턴이 처음 체계화한 개념입니다. 들으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제 역사에서 이 사상이 어떤 참극을 낳았는..

영화 리뷰 2026. 6. 22. 11:38
블레이드 러너 (제작비화, 로이배티, 레플리컨트)

이수역 아트나인 극장에서 파이널 컷을 봤습니다. 집에서 몇 번을 돌려본 영화인데, 극장 대형 스크린에 반젤리스 음향이 깔리는 순간 그 느낌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1982년에 만든 영화가 2024년 극장에서 이렇게 압도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게, 놀라웠습니. 그래서 이 영화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리고 로이 배티라는 캐릭터가 왜 40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지 한번 풀어보고 싶었습니다.기적처럼 완성된 제작비화블레이드 러너는 처음부터 완벽하게 설계된 걸작이 아닙니다. 제가 직접 제작 과정을 들여다보니, 이 영화는 거의 기적에 가까운 해프닝으로 완성된 작품이었습니다.출발점은 칠레 출신 감독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의 무산된 듄 프로젝트(1974)였습니다. 여기서 '무산된 듄 프로젝트'란, 살바도르 달리, 오손..

영화 리뷰 2026. 6. 18. 09:31
바닐라 스카이 (꿈과 현실, 자각몽, 선택)

이 영화를 가볍게 보다가 중반부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톰 크루즈, 페넬로페 크루즈, 카메론 디아즈가 한 화면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볼 이유가 충분한데, 정작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그보다 훨씬 묵직했습니다. 꿈과 현실의 경계, 그리고 그 사이에서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는가. 영화 한 편이 이렇게 오래 머릿속에 남을 줄은 몰랐습니다.꿈과 현실, 어디서부터 무너지는가영화는 처음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주인공 데이빗이 살인죄로 수감된 채 정신과 의사와 면담을 나누는 장면으로 시작하거든요. 얼굴에는 가면을 쓰고 있고, 의사는 그의 과거를 끌어내려 합니다. 저는 이 오프닝 나레이션을 듣는 순간부터 뭔가 예사롭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지금도 그 OST가 가끔 생각날 정도니까요.데이빗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

영화 리뷰 2026. 6. 9. 09:49
맨 프롬 어스 (저예산, 믿음, 반전결말)

친구가 갑자기 "나 사실 1만 4천 년 살았어"라고 하면 어떻게 반응하시겠습니까? 저는 처음에 그냥 웃었습니다. 그런데 2007년 개봉한 영화 맨 프롬 어스(Man from Earth)는 바로 그 황당한 전제를 가지고, 방 한 칸에서 두 시간 가까이 사람을 붙잡아 두는 기묘한 힘을 가진 작품입니다. 제작비 20만 달러 남짓의 이 영화가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직접 본 뒤 오래 생각했습니다.저예산이지만 몰입도가 남다른 이유이 영화의 제작 방식은 굉장히 단순합니다. 집 한 채, 배우 몇 명, 그리고 대사. 그게 전부입니다. 전체 제작비 약 20만 달러 중 각본료로 14만 달러가 쓰였다고 알려져 있고, 나머지가 배우 출연료와 촬영비였다고 합니다. 회상 장면 하나 없고, 특수효과는 물론 세트 변화도 없습니다.저..

영화 리뷰 2026. 6. 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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