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이 미친 건지, 아니면 주변이 전부 짜고 주인공을 속이는 건지 — 영화를 보는 내내 저도 헷갈렸습니다. 2010년작 셔터 아일랜드는 단순한 미스터리 스릴러가 아니라, 정신분석학적 방어기제가 만들어낸 한 남자의 내면 붕괴를 다루는 작품입니다. 처음 봤을 때는 뭔가 이상하다 싶으면서도 정신병원이 배경이니까 그러려니 했는데, 결말에 가서야 그 모든 장면의 의미가 한꺼번에 쏟아졌습니다.정신분석으로 읽어야 보이는 진짜 이야기혹시 이 영화가 그냥 '반전 있는 스릴러'라고 생각하셨다면, 조금 다르게 접근해 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저는 두 번째 관람에서야 비로소 이 영화가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됐는지 실감했습니다.영화의 진짜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2차 세계대전 참전 군인이자 보안관으로 살던 주인공 앤드류 래디스는..
영화 한 편을 보고 나서 며칠 내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는 프레스티지를 보고 딱 그랬습니다. 단순히 "반전이 있는 마술 영화"라고 생각하고 틀었다가, 끝나고 나서 한동안 멍하게 앉아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영화가 진짜로 다루고 있는 건 마술이 아닙니다. 인간이 욕망에 얼마나 쉽게 잠식되는지를, 놀란 감독 특유의 밀도로 2시간 10분 안에 압축해 놓은 작품입니다.마술의 구조 — 이 영화가 택한 서사 방식프레스티지는 비선형 서사(Non-linear Narrative)를 핵심 형식으로 채택합니다. 여기서 비선형 서사란 시간순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이야기를 전달하는 구조를 말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두 마술사의 일기장을 매개로 그 구조가 완성됩니다. 보든이 앤지어의 일기..
2002년에 만든 영화가 2026년에도 전혀 낡지 않았다면, 그건 단순히 잘 만든 영화가 아닙니다. 저는 이 영화를 처음 극장에서 봤던 날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20대 중반쯤이었는데, 손에 땀을 쥐면서 봤고 나오면서 한동안 말을 못 했습니다. 그 이후로 10번 넘게 다시 봤는데, 볼 때마다 새로운 게 보입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톰 크루즈 주연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단순한 SF 액션으로 분류하면 이 영화를 절반도 못 본 겁니다.시대적 배경 — 2002년에 2054년을 설계하다영화의 배경은 2054년 워싱턴 D.C.입니다. 이곳에는 프리크라임(Pre-Crime)이라는 치안 시스템이 운영됩니다. 프리크라임이란 범죄 사건이 실제로 발생하기 전에 예지자(Precog)들의 예언을 바탕으로 범죄를 예측하고..
처음 봤을 때는 "우주 재난영화겠지" 하고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제가 울고 있었습니다. 2013년 개봉작 그래비티(Gravity)가 재개봉한다는 소식에 다시 극장을 찾았고, 두 번째인데도 감동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더 깊게 파고들었습니다. 이 영화가 단순한 우주 스펙터클이 아니라 상실과 귀환에 관한 이야기임을 이번에 더 선명하게 느꼈습니다.우주라는 은유 — 고립과 단절의 공간그래비티를 SF 영화로 분류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두고 의견이 갈리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SF란 미래에 대한 과학적 상상을 그려내는 장르라고 보는 시각에서는, 이 영화가 SF가 아니라고 봅니다.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게 벌써 반세기도 더 전 일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우주..
인구 109명짜리 시골 마을, 그리고 그 안에서 7년째 집 밖을 나가지 못하는 엄마와 발달장애를 가진 동생을 혼자 부양하는 스물네 살 청년. 1993년작 를 처음 틀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이렇게 조용한 영화가 이렇게 오래 마음에 남을 줄은 몰랐거든요.십대 디카프리오 연기, 진짜인 줄 알았다영화를 다 보고 나서 자폐아 역할을 한 배우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였다는 걸 뒤늦게 확인했을 때, 잠깐 멈췄습니다. 제가 직접 봤는데도 믿기지 않았거든요. 어니 역할을 맡은 그의 눈빛, 걸음걸이, 그리고 감정이 터지는 방식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관객 입장에서 한 번도 "연기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이 영화에서 디카프리오가 표현한 건 단순한 흉내가 아니었습니다. 지적장애(Intellec..
2013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촬영상·시각효과상·음악상 4관왕을 차지한 영화가 있습니다. 처음 봤을 때는 영상미에 압도됐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그게 라이프 오브 파이와 저의 첫 만남이었습니다.이안 감독이 이 영화를 찍기까지, 그리고 원작이 담은 것라이프 오브 파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연출을 맡은 이안(Ang Lee) 감독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대만 출신으로 아카데미 최초 아시아인 감독상 수상자이며, 브로크백 마운틴(2005)으로 첫 감독상을 받은 데 이어 라이프 오브 파이(2012)로 두 번째 감독상을 거머쥐었습니다. 그 사이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두 차례나 받은 감독이기도 합니다. 제가 이 이력을 처음 훑어봤을 때 솔직히 놀랐습니다.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