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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비티 리뷰 (우주 은유, 상실 극복, 롱테이크)

처음 봤을 때는 "우주 재난영화겠지" 하고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제가 울고 있었습니다. 2013년 개봉작 그래비티(Gravity)가 재개봉한다는 소식에 다시 극장을 찾았고, 두 번째인데도 감동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더 깊게 파고들었습니다. 이 영화가 단순한 우주 스펙터클이 아니라 상실과 귀환에 관한 이야기임을 이번에 더 선명하게 느꼈습니다.우주라는 은유 — 고립과 단절의 공간그래비티를 SF 영화로 분류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두고 의견이 갈리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SF란 미래에 대한 과학적 상상을 그려내는 장르라고 보는 시각에서는, 이 영화가 SF가 아니라고 봅니다.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게 벌써 반세기도 더 전 일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우주..

영화 리뷰 2026. 7. 29. 09:31
길버트 그레이프 (디카프리오 연기, 가족의 무게, 해피엔딩)

인구 109명짜리 시골 마을, 그리고 그 안에서 7년째 집 밖을 나가지 못하는 엄마와 발달장애를 가진 동생을 혼자 부양하는 스물네 살 청년. 1993년작 를 처음 틀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이렇게 조용한 영화가 이렇게 오래 마음에 남을 줄은 몰랐거든요.십대 디카프리오 연기, 진짜인 줄 알았다영화를 다 보고 나서 자폐아 역할을 한 배우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였다는 걸 뒤늦게 확인했을 때, 잠깐 멈췄습니다. 제가 직접 봤는데도 믿기지 않았거든요. 어니 역할을 맡은 그의 눈빛, 걸음걸이, 그리고 감정이 터지는 방식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관객 입장에서 한 번도 "연기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이 영화에서 디카프리오가 표현한 건 단순한 흉내가 아니었습니다. 지적장애(Intellec..

영화 리뷰 2026. 7. 22. 13:26
라이프 오브 파이 (이안 감독, 열린결말, 종교적 상징)

2013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촬영상·시각효과상·음악상 4관왕을 차지한 영화가 있습니다. 처음 봤을 때는 영상미에 압도됐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그게 라이프 오브 파이와 저의 첫 만남이었습니다.이안 감독이 이 영화를 찍기까지, 그리고 원작이 담은 것라이프 오브 파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연출을 맡은 이안(Ang Lee) 감독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대만 출신으로 아카데미 최초 아시아인 감독상 수상자이며, 브로크백 마운틴(2005)으로 첫 감독상을 받은 데 이어 라이프 오브 파이(2012)로 두 번째 감독상을 거머쥐었습니다. 그 사이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두 차례나 받은 감독이기도 합니다. 제가 이 이력을 처음 훑어봤을 때 솔직히 놀랐습니다. 한 ..

영화 리뷰 2026. 7. 21. 20:28
영화 13층 (시뮬레이션, 중첩현실, 반전결말)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너무 늦게 봤습니다. 1999년작 SF 스릴러 은 같은 해 개봉한 매트릭스에 완전히 묻혀버린 비운의 작품입니다. 하지만 직접 보고 나서 든 생각은 단 하나였습니다. "이게 왜 지금까지 이렇게 안 알려진 거지?" 가상현실 속에 또 다른 가상현실이 존재한다는 발상, 그것도 1999년에.1999년이라는 시대에 시뮬레이션을 상상했다는 것제가 처음 이 영화를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든 감정은 경이로움이 아니라 당혹감이었습니다. 1999년이면 국내에서 광랜 인터넷이 막 보급되기 시작하던 시절입니다. 피처폰을 들고 다니던 사람들이 대다수였고, '가상현실'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하게 느껴지던 때였습니다. 그 시대에 이 영화는 중첩 시뮬레이션(nested simulation)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 리뷰 2026. 7. 11. 13:29
빅 피쉬 리뷰 (허풍, 아버지, 동화)

아버지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본 적이 언제였는지 떠올리면 대부분 머뭇거리게 됩니다. 저도 한동안 그랬습니다. 팀 버튼 감독의 영화 빅 피쉬는 바로 그 불편한 지점을 정면으로 건드립니다. 허풍처럼 들리는 아버지의 이야기 속에 진짜 사랑이 숨어 있다는 것, 이 영화를 보기 전엔 솔직히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몰랐습니다.아버지의 허풍, 어디서부터 믿어야 할까처음 영화를 틀었을 때 저는 아들 윌과 거의 같은 시선이었습니다. 에드워드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너무 황당해서, 진실과 과장을 구분하려고 계속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마녀, 거인, 유령 마을, 유채꽃밭 프러포즈. 이게 다 사실이라고? 자연스럽게 의심부터 하게 됩니다.그런데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그 구분이 점점 의미 없어지는 순간이 옵니다. 제가..

영화 리뷰 2026. 6. 30. 09:33
죽은 시인의 사회 (교육철학, 카르페디엠, 자아해방)

30년 전 영화가 지금도 극장 재개봉을 하고 관객을 울립니다. 저는 처음 봤을 때보다 다시 봤을 때 더 많이 울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닐 페리의 침묵이 더 무겁게 느껴지는 이유, 그리고 이 영화가 지금 당신에게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풀어보겠습니다.웰튼 아카데미가 낯설지 않은 이유졸업생의 75%가 아이비리그에 진학하는 명문 웰튼 아카데미. 이 숫자 하나가 영화 전체의 공기를 설명합니다. 저도 처음엔 "미국 배경 이야기잖아"라고 거리를 뒀는데, 보다 보니 이건 완전히 지금 여기 이야기였습니다.영화 속 웰튼은 전통(Tradition), 명예(Honor), 규율(Discipline), 탁월함(Excellence)이라는 사훈을 내세우지만, 학생들은 이를 비틀어 "고통, 공포, 퇴폐, 배설"이라고 속삭입니다. 여..

영화 리뷰 2026. 6. 29.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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