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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비티 리뷰 (우주 은유, 상실 극복, 롱테이크)

처음 봤을 때는 "우주 재난영화겠지" 하고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제가 울고 있었습니다. 2013년 개봉작 그래비티(Gravity)가 재개봉한다는 소식에 다시 극장을 찾았고, 두 번째인데도 감동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더 깊게 파고들었습니다. 이 영화가 단순한 우주 스펙터클이 아니라 상실과 귀환에 관한 이야기임을 이번에 더 선명하게 느꼈습니다.우주라는 은유 — 고립과 단절의 공간그래비티를 SF 영화로 분류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두고 의견이 갈리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SF란 미래에 대한 과학적 상상을 그려내는 장르라고 보는 시각에서는, 이 영화가 SF가 아니라고 봅니다.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게 벌써 반세기도 더 전 일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우주..

영화 리뷰 2026. 7. 29. 09:31
라이프 오브 파이 (이안 감독, 열린결말, 종교적 상징)

2013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촬영상·시각효과상·음악상 4관왕을 차지한 영화가 있습니다. 처음 봤을 때는 영상미에 압도됐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그게 라이프 오브 파이와 저의 첫 만남이었습니다.이안 감독이 이 영화를 찍기까지, 그리고 원작이 담은 것라이프 오브 파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연출을 맡은 이안(Ang Lee) 감독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대만 출신으로 아카데미 최초 아시아인 감독상 수상자이며, 브로크백 마운틴(2005)으로 첫 감독상을 받은 데 이어 라이프 오브 파이(2012)로 두 번째 감독상을 거머쥐었습니다. 그 사이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두 차례나 받은 감독이기도 합니다. 제가 이 이력을 처음 훑어봤을 때 솔직히 놀랐습니다. 한 ..

영화 리뷰 2026. 7. 21. 20:28
E.T. (스필버그 연출, 존 윌리엄스 OST, 재개봉 감상)

극장 불이 꺼지고 그 선율이 흘러나오는 순간, 저도 모르게 목이 메었습니다. 1982년작 E.T.를 40년도 더 지난 지금, 극장에서 처음 봤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만들고 존 윌리엄스가 음악을 붙인 이 영화는, 솔직히 스토리 자체보다 연출과 음악이 먼저 가슴을 치고 들어옵니다. 재개봉 소식을 듣고 달려가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스필버그가 설계한 연출 문법: 왜 이 영화가 지금도 통하는가E.T.를 보기 전, 저는 이 영화를 "어린이용 외계인 판타지" 정도로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보고 나니 그 생각이 얼마나 얕았는지 깨달았습니다. 영화 내내 카메라는 성인 등장인물의 얼굴을 거의 보여주지 않습니다. 허리 아래, 손, 발만 잡히죠. 이건 단순한 연출 선택이 아니라 철저히 계산된..

영화 리뷰 2026. 7. 10. 16:14
이터널 선샤인 (비선형 서사, 기억 삭제, 오케이)

기억을 지우면 사랑도 사라질까요. 이 질문에 선뜻 그렇다고 답하기가 어렵습니다. 이터널 선샤인을 처음 봤을 때 저도 막연히 그럴 것이라 생각했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 한동안 멍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지워도 다시 끌리는 두 사람을 보면서, 사랑이 기억에 있는 게 아니라 몸과 습관 어딘가에 새겨지는 것이 아닐까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했습니다.비선형 서사가 처음엔 낯설었습니다이터널 선샤인의 이야기 구조는 선형 서사와 정반대입니다. 선형 서사란 시간 순서대로 사건이 전개되는 방식인데, 이 영화는 그 반대로 현재와 기억 삭제의 역순이 동시에 뒤섞여 흐릅니다. 처음 보는 분들 중에는 무슨 이야기인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시는데, 저도 첫 관람에서 타임라인을 완전히 놓쳤습니다.영화는 사실상 2월 13일부터 2월..

영화 리뷰 2026. 6. 14. 20:29
날씨의 아이 리뷰 (사회비판, 연출, 메시지)

예상 밖이었습니다. 안 좋은 후기를 꽤 많이 보고 들어갔거든요. 특히 엔딩이 별로라는 말이 많아서 기대를 반쯤 접었는데, 막상 마지막 15분이 제일 마음에 남았습니다. 그리고 그 여운이 며칠째 가시질 않았습니다. 5년 만에 재개봉한 날씨의 아이, 다시 봐도 여전히 할 말이 많은 영화입니다.이 영화가 진짜 하고 싶었던 말처음 봤을 때 저도 스토리 개연성이 좀 약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로 보고 나서야 이 영화가 단순한 재난 로맨스가 아니라는 걸 체감했습니다. 불친절한 영화라 호불호가 갈리지만, 몇 장면이 자꾸 생각나서 다시 찾아보게 되는 그런 작품입니다.이 영화의 핵심은 공리주의(Utilitarianism) 비판에 있습니다. 공리주의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윤리관으로, 소수의 희생을 ..

영화 리뷰 2026. 5. 28.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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