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봤을 때는 "우주 재난영화겠지" 하고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제가 울고 있었습니다. 2013년 개봉작 그래비티(Gravity)가 재개봉한다는 소식에 다시 극장을 찾았고, 두 번째인데도 감동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더 깊게 파고들었습니다. 이 영화가 단순한 우주 스펙터클이 아니라 상실과 귀환에 관한 이야기임을 이번에 더 선명하게 느꼈습니다.우주라는 은유 — 고립과 단절의 공간그래비티를 SF 영화로 분류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두고 의견이 갈리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SF란 미래에 대한 과학적 상상을 그려내는 장르라고 보는 시각에서는, 이 영화가 SF가 아니라고 봅니다.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게 벌써 반세기도 더 전 일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우주..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중간에 두 번 졸았습니다. 영화 마니아들이 꼭 봐야 한다고 해서 봤는데, 보는 내내 딥슬립에 안 빠지려고 온몸을 꼬집으면서 버텼죠. 그런데 엔딩을 보고 나서 해석을 찾아보는 순간, 이 영화가 완전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1968년에 만들어진 SF 고전이 지금도 이렇게 논쟁적인 이유가 있었습니다.1968년에 이런 영화가 가능했던 이유달 착륙이 1969년입니다. 그러니까 인류가 실제로 달에 가기도 전에 스탠리 큐브릭은 우주선 내부, 무중력 상태, 달 기지를 카메라에 담아냈습니다. 저는 개봉년도를 확인하고 나서 진짜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어떻게 이게 가능했는지 도무지 믿기지 않았거든요.이 영화의 핵심 기법 중 하나가 바로 매치 컷(match cut)입니다. 매치 컷이란 전..
걸작이 될 수 있었던 영화가 스스로 발목을 잡는 경우를 본 적 있으신가요? 2007년 대니 보일 감독의 선샤인을 처음 봤을 때 딱 그 기분이었습니다. 중반부까지 제 인생 영화가 될 뻔했는데, 보고 나서 한동안 이 영화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씁니다.태양을 가장 아름답게 담은 영상미SF 영화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선샤인이 처음으로 알려줬습니다. 죽어가는 태양을 다시 살려내기 위해 이카루스 2호가 나아가는 장면들은, 단순한 우주 배경이 아니라 하나의 회화처럼 느껴졌습니다.영화는 시각적 연출 면에서 렌즈 플레어(lens flare)를 매우 공격적으로 활용합니다. 렌즈 플레어란 강한 광원이 카메라 렌즈에 직접 닿을 때 생기는 빛 번짐 현상인데, 일반적으로는 제거 대상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