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개봉한 영화 《아일랜드》, 저는 이 작품을 처음 봤을 때 단순한 액션 SF로 알고 들어갔다가 끝나고 한참 동안 자리에서 못 일어났습니다. "내가 지금 나 자신인 게 맞는가"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거든요. 이완 맥그리거와 스칼렛 요한슨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 단순한 볼거리 이상의 무언가를 담고 있습니다.2005년 SF가 던진 질문 — 배경과 세계관영화의 배경은 오염된 지구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모여 사는 거대한 통제 시설입니다. 이곳 사람들에게 주어진 꿈은 하나, 추첨을 통해 선발되어 오염되지 않은 땅 '아일랜드'로 가는 것입니다. 먹는 음식, 인간관계, 수면 패턴까지 모두 관리받으며 살아가는 이 공간은 언뜻 보면 완벽한 유토피아처럼 보이죠.직접 겪어보니 이런 설정이 그냥 SF 판타..
2002년에 만든 영화가 2026년에도 전혀 낡지 않았다면, 그건 단순히 잘 만든 영화가 아닙니다. 저는 이 영화를 처음 극장에서 봤던 날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20대 중반쯤이었는데, 손에 땀을 쥐면서 봤고 나오면서 한동안 말을 못 했습니다. 그 이후로 10번 넘게 다시 봤는데, 볼 때마다 새로운 게 보입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톰 크루즈 주연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단순한 SF 액션으로 분류하면 이 영화를 절반도 못 본 겁니다.시대적 배경 — 2002년에 2054년을 설계하다영화의 배경은 2054년 워싱턴 D.C.입니다. 이곳에는 프리크라임(Pre-Crime)이라는 치안 시스템이 운영됩니다. 프리크라임이란 범죄 사건이 실제로 발생하기 전에 예지자(Precog)들의 예언을 바탕으로 범죄를 예측하고..
처음 봤을 때는 "우주 재난영화겠지" 하고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제가 울고 있었습니다. 2013년 개봉작 그래비티(Gravity)가 재개봉한다는 소식에 다시 극장을 찾았고, 두 번째인데도 감동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더 깊게 파고들었습니다. 이 영화가 단순한 우주 스펙터클이 아니라 상실과 귀환에 관한 이야기임을 이번에 더 선명하게 느꼈습니다.우주라는 은유 — 고립과 단절의 공간그래비티를 SF 영화로 분류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두고 의견이 갈리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SF란 미래에 대한 과학적 상상을 그려내는 장르라고 보는 시각에서는, 이 영화가 SF가 아니라고 봅니다.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게 벌써 반세기도 더 전 일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우주..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너무 늦게 봤습니다. 1999년작 SF 스릴러 은 같은 해 개봉한 매트릭스에 완전히 묻혀버린 비운의 작품입니다. 하지만 직접 보고 나서 든 생각은 단 하나였습니다. "이게 왜 지금까지 이렇게 안 알려진 거지?" 가상현실 속에 또 다른 가상현실이 존재한다는 발상, 그것도 1999년에.1999년이라는 시대에 시뮬레이션을 상상했다는 것제가 처음 이 영화를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든 감정은 경이로움이 아니라 당혹감이었습니다. 1999년이면 국내에서 광랜 인터넷이 막 보급되기 시작하던 시절입니다. 피처폰을 들고 다니던 사람들이 대다수였고, '가상현실'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하게 느껴지던 때였습니다. 그 시대에 이 영화는 중첩 시뮬레이션(nested simulation)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극장 불이 꺼지고 그 선율이 흘러나오는 순간, 저도 모르게 목이 메었습니다. 1982년작 E.T.를 40년도 더 지난 지금, 극장에서 처음 봤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만들고 존 윌리엄스가 음악을 붙인 이 영화는, 솔직히 스토리 자체보다 연출과 음악이 먼저 가슴을 치고 들어옵니다. 재개봉 소식을 듣고 달려가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스필버그가 설계한 연출 문법: 왜 이 영화가 지금도 통하는가E.T.를 보기 전, 저는 이 영화를 "어린이용 외계인 판타지" 정도로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보고 나니 그 생각이 얼마나 얕았는지 깨달았습니다. 영화 내내 카메라는 성인 등장인물의 얼굴을 거의 보여주지 않습니다. 허리 아래, 손, 발만 잡히죠. 이건 단순한 연출 선택이 아니라 철저히 계산된..
1997년 영화가 2026년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다면 믿으시겠습니까. 뤽베송 감독의 제5원소가 바로 그렇습니다. 처음 영화관에서 봤을 때 "뭐 이런 영화가 다 있나" 싶었는데, 두 번 보니 재미있고 세 번 보니 진짜 멋있더라고요.초등학교 때 상상한 세계관이 스크린이 되다뤽베송이 이 영화의 기초 스토리를 초등학생 시절에 구상했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그 상상력이 스크린 위에 그대로 펼쳐졌다는 게 저는 지금도 놀랍습니다. 단순히 외계인이 나오는 SF가 아니라, 물과 불과 바람과 흙이라는 고대 4원소론에 다섯 번째 원소가 더해지는 신화적 세계관을 품고 있습니다. 여기서 4원소론이란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세상의 모든 물질이 불, 물, 공기, 흙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상을 말하는데, 영화는 이 고전 철학을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