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선물로 멕시코 무덤에서 깨어나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1997년작 《더 게임》은 그 황당한 설정을 진지하게 밀어붙이는 영화입니다. 처음 이 영화를 접했을 때 저는 24분짜리 요약 영상을 단 한 번도 넘기지 않고 끝까지 봤습니다. 쓸데없는 말이 없이 매 장면마다 다음이 궁금해지는 구성이었는데, 영화 본편이 이렇게 만들어졌다는 게 놀라웠습니다.트라우마로 닫힌 사람, 게임 앞에 서다니콜라스 밴 오턴은 겉으로 보면 완벽한 사람입니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대저택, 탄탄한 회사,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사업 수완. 그런데 그의 생일날 밤 장면을 보면서 저는 뭔가 이상하다는 걸 바로 느꼈습니다. 비서가 생일 축하를 건네도 별 반응이 없고, 집에 돌아와서는 가정부가 차려놓은 저녁을 혼자 먹습..
저는 SF와 공포가 섞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1997년 작품이라는 말에 반신반의하면서 틀었다가, 보다가 진짜로 지릴 뻔 했습니다. 이벤트 호라이즌은 우주선이 차원의 문을 통해 지옥을 통과한다는 발상 하나로 SF, 호러, 고어를 절묘하게 버무린 영화입니다. 개봉 당시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지금까지도 재평가가 이어지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코즈믹 호러, 우주가 무서운 진짜 이유혹시 우주 배경 공포영화를 보면서 "그래봤자 귀신 나오는 거잖아" 싶었던 적 있으신가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달랐습니다.이벤트 호라이즌이 구사하는 공포의 본질은 코즈믹 호러(Cosmic Horror)입니다. 코즈믹 호러란 인간의 이성과 인식 능력 자체를 초월한 거대하고 이해 불가능한 존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