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주말 오후, 볼 게 없어서 넷플릭스를 뒤적이다가 오래된 영화 하나를 틀었던 게 1995년작 12몽키즈와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처음 30분은 솔직히 뭔 소린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가 흘러나오면서 가슴 한켠이 묵직하게 내려앉았습니다. 시간여행, 운명, 그리고 비극적 로맨스가 이렇게 하나로 맞물릴 수 있다는 게 아직도 잘 믿기지 않습니다.시간여행이라는 소재,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시간여행 소재 영화는 이제 흔합니다. 하지만 12몽키즈가 1995년에 나왔다는 걸 감안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제가 처음 봤을 때 가장 놀랐던 건 단순히 "과거로 가서 바꾼다"는 공식을 완전히 뒤엎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영화의 핵심은 인..
시리즈 마지막 편을 보고 나서 뭔가 허전한 느낌, 다들 한 번쯤 아시죠? 저도 3편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그 감정이 정확히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백투더퓨처 3편은 그 허전함보다 충만함이 훨씬 컸습니다. 전작 두 편을 이미 본 상태에서 다시 정주행했을 때, 1편보다 3편이 더 좋다는 걸 처음 느꼈습니다.서부극으로 위장한 시간여행 내러티브의 완성도백투더퓨처 3편은 SF 장르 안에 웨스턴 무비, 즉 서부극의 문법을 정교하게 이식한 작품입니다. 웨스턴 무비란 미국 서부 개척 시대를 배경으로 총잡이, 보안관, 무법자 등의 갈등을 다루는 장르로, 결투와 명예를 핵심 서사 코드로 삼습니다. 3편의 배경인 1885년 힐밸리가 정확히 그 공식 위에서 돌아갑니다.저는 처음 봤을 때는 "왜 굳이 서부 시대냐"..
이 영화에 대하여 처음에는 TV에서 영화소개를 통하여 알게 되었는데, 1997년작 저예산 타임루프 스릴러 영화라 살짝 기대는 했었습니다. 그리고 군 복무 시절 휴가를 나와 집에서 비디오를 빌려 레트로 액티브를 봤었는데 정말 재미있게 봤었습니다. 그리고 나비효과보다 7년 앞서 같은 소재를 다룬 영화라는 걸 알고 나서는 더 흥미롭게 느껴지는 영화였습니다.타임루프 장르의 원형을 보여준 영화레트로 액티브는 타임루프(time loop) 구조를 핵심 서사 장치로 사용한 영화입니다. 여기서 타임루프란 특정 시점으로 반복해서 되돌아가는 설정을 의미하는데, 현재는 엣지 오브 투모로우, 나비효과, 하루 같은 작품들 덕분에 널리 알려진 SF 서사 공식입니다. 그런데 레트로 액티브는 그 공식이 정착되기도 전인 1997년에 ..
시간여행 영화를 좋아한다고 말하면 주변에서 꼭 이 질문이 돌아옵니다. "그럼 백 투 더 퓨처는 봤어?" 저는 그때마다 이렇게 말합니다. "2편이 바이블입니다." 1편과 3편이 단순히 한 시대를 왕복하는 구조라면, 2편은 미래와 뒤틀린 현재와 과거를 종횡무진 오가는 이야기라 처음 봤을 때 머릿속이 한참 정리가 안 됐던 기억이 납니다. 그럼에도, 아니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가 저에게 최애로 남아 있습니다.팬도 놓치기 쉬운 설정 오류와 숨겨진 디테일영화를 처음 봤을 때부터 저는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혹시 같은 생각 해보신 적 있지 않으신가요? 마티가 1985년에서 2015년으로 곧장 점프했다면, 그 사이 30년 동안 이 우주에서 마티는 사실상 부재 상태입니다. 그런데 힐밸리에는 늙은 마..
시나리오가 40번 넘게 퇴짜를 맞고, 주연 배우가 촬영 5주 만에 교체됐던 영화가 전 세계 3억 8,500만 달러를 벌어들였습니다. 저도 처음 이 사실을 알았을 때 잠깐 멍했습니다. 그냥 재미있는 SF 영화인 줄만 알았는데,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으니까요.40번의 퇴짜, 그리고 전설의 시작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건 밥 게일이라는 작가입니다. 어느 날 부모님의 낡은 졸업 앨범을 뒤지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내가 아버지와 같은 학교에 다녔다면 우리는 친구가 될 수 있었을까. 그 엉뚱한 상상 하나가 시나리오가 됐는데, 현실은 가혹했습니다.디즈니는 "엄마와 아들이 묘한 감정을 갖는다는 게 말이 되냐"는 이유로 거절했고, 다른 제작사들은 반대로 "요즘 트렌드와 안 맞는 너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