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처음 볼 때 절반쯤에서 일시정지를 두 번 눌렀습니다. 무슨 이야기인지 따라가는 것 자체가 버거웠거든요. 그런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그 허탈함과 소름이 동시에 몰려왔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2000년작 는 단기기억상실을 가진 남자의 복수극을 다루지만, 사실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훨씬 더 불편하고 깊습니다.비선형 서사, 헷갈리라고 만든 게 아니었다영화를 보면서 제가 처음 느낀 건 당혹감이었습니다. 컬러 화면은 시간을 거꾸로 달리고, 흑백 화면은 앞으로 나아가는데, 그 두 흐름이 엔딩에서 딱 맞물리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때 직접 겪어보니 알겠더군요. 이 구조는 관객을 괴롭히려는 장치가 아니라, 레너드의 상태를 관객이 몸으로 체험하게 만드는 장치였다는 것을.여기서 비선형 ..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오랫동안 이 영화를 피해왔습니다. 제목도 유명하고, 다들 명작이라고 하는데 어쩐지 손이 안 가더라고요. 막상 보고 나서야 후회했습니다. 1991년 작품이 이렇게 심장을 쥐어짜는 영화일 줄은 몰랐거든요.케시 베이츠의 연기가 진짜 문제입니다영화를 다 보고 나서 한동안 케시 베이츠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이게 좋은 게 아닌 게, 눈 감으면 그 눈빛이 그냥 떠오르는 겁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 이 배우가 무서운 게 아니라 진짜 저 동네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사람이라는 점이었습니다.케시 베이츠가 연기한 애니 윌크스는 소위 말하는 스토커(stalker)의 교과서적 형태를 보여줍니다. 스토커란 특정 대상에 대한 병적 집착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추적, 감시, 접촉을 시도하는 행동 패턴..